생각 혹은 소설

꿈, 유리창, 강아지

제인 그리고 바트 2025. 1. 20. 13:1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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퇴근 후 집. 어둡지만 어디에 물건이 있는지 보이는 정도의 불빛. 

차 키를 던져두고. 가방을 소파 뒤에 툭. TV 처럼 생긴 유리창 너머로 백열등 불빛에 움직임이 느껴져 보니, 

강아지다. 말티즈. 애기네. 하나, 둘, 셋, 한 다섯마리 정도.

 

 

아구... 귀여워. 애들이 너무 작은데.. 펫샵인가보네. 밤이데 눈부시겠다.

아크릴로 된 틀을 두고 자기들끼리 장난이 한창이다.

우리집에 저런게 있었나? 하긴 소파도, 차키도. 우리집이 아니네. 꿈인가보다.

잠이나 자야지. 

 

 

 

다음날.

 

퇴근 후 집. 백열등 너머 강아지들. 똥에 묻은건가? 애들이 꼬리꼬리 하네.

'돌봐주는 사람이 없나?, 어제보다는 장난기가 좀 줄었네.'

 

 

 

 

 

그렇게 몇일,

 

강아지가 있다는걸 인지 하고 있었지만 꿈이라는 생각. 출퇴근의 피로가 차근히 쌓여가는 수요일.

오늘은 진짜 한계다 싶은 목요일을 지나니, 집에 도착하면 씻고 잠든다. 다른 기억이 없다.

금요일. 여유 좀 즐겨야겠다 싶어 소파에 앉으려다, 눈에 들어온 유리창 너머.

 

 

여전한 강아지들.  자는 강아지, 털이 푸석하게 널부러진 아이들.

이상하네, 왜 저러지,  아픈가. 기운이 없어보이네. 어차피 꿈인데 뭐.

 

 

 

 

다음날. 그 다음날도. 같은 집, 같은 유리창, 같은 강아지들.

점점 기력을 잃어가는 강아지들. 하얀 털이 누렇게, 얼룩덜룩.

장난감처럼 보이는 나무 인형에 몸을 축 늘어뜨려 죽었나? 싶은 강아지.  

밥그릇 뒤에 머리를 박고. 자고 있는듯 누워있지만 미미하게 움직이는 뱃살. 

그 와중에 아크릴 칸막이에 머리를 들이밀며 긁는 강아지.

 

 

 

 

들여다보니, 한 마리는 죽었고, 다른 강아지들도 숨도 미약하다.

 

 

 

 

어쩌면. 나는 꿈이지만, 이 아이들에겐 생일 수도 있겠다. 

다른 차원의 삶도 있을 수 있다는데, 내가 꿈에서 만나는 

이 아이들도 어쩌면. 내 꿈 안에 살고 있는걸 수도 있겠다.

 

그럼, 내가 아직 살아있는 저 아이들은 살릴 수 있지 않을까? 

 

그렇게, 생각.

했지만,

깼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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